여름철 주방의 최대 적인 날파리와 썩은 냄새! 매번 음식물 쓰레기봉투 묶어서 엘리베이터 타는 것도 눈치 보이고 짜증 나서 큰 맘먹고 음식물 처리기를 알아봤습니다. 막상 검색해 보면 ‘미생물 발효 방식’이랑 ‘고온 건조 분쇄 방식’ 두 가지로 좁혀지는데, 유튜버나 블로거들은 죄다 협찬을 받아서 그런지 장점만 늘어놓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제 돈 주고 두 가지 방식을 (친정과 저희 집에서) 각각 두 달 이상 써본 뒤에 느낀 진짜 뼈 때리는 단점들만 모아서 비교해 드리겠습니다.
음식물 처리기를 쓰면 냄새가 정말 100% 안 날까요?
아니요, 두 방식 모두 특유의 역겨운 냄새가 무조건 납니다. 광고에서는 냄새가 전혀 안 난다고 떠들지만, 기계 뚜껑을 여는 순간 밀폐되어 있던 냄새가 확 올라옵니다.
- 미생물 방식: 흙 냄새나 한약 달이는 냄새라고 포장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시큼하게 쉰 톱밥 냄새’에 가깝습니다. 비위가 약하신 분들은 뚜껑 열고 음식물 버릴 때마다 헛구역질이 날 수도 있어요. 특히 필터 교체 주기를 놓치면 주방 전체에 쿰쿰한 냄새가 뱁니다.
- 건조 분쇄 방식: 음식물을 고온으로 말려서 굽는 방식이다 보니, ‘음식물 쓰레기 태우는 냄새’가 납니다. 김치나 생선 같은 걸 돌리면 구수한(?) 악취가 집안에 미세하게 퍼집니다. 활성탄 필터가 냄새를 잡아준다고는 하지만 100% 차단은 절대 불가능해요.
미생물 키우기, 생각보다 번거롭지 않나요?
네, 사실상 미생물을 상전으로 모시고 반려동물 키우듯 관리해야 합니다. 미생물 방식의 가장 큰 치명타는 ‘가리는 음식이 너무 많다’는 겁니다. 사람이 먹고 소화하기 힘든 건 미생물도 소화 못 시킨다고 보면 돼요.
- 절대 넣으면 안 되는 것들: 매운 양념(김치, 떡볶이), 짠 국물, 양파 껍질, 대파 뿌리, 뼈다귀 등.
- 김치나 찌개 찌꺼기를 버리려면 물에 깨끗하게 여러 번 헹궈서 물기를 꽉 짠 뒤에 넣어줘야 합니다. 이럴 거면 그냥 내가 쓰레기봉투에 버리고 말지, 왜 기계 눈치를 보며 헹구고 있어야 하나 현타가 세게 옵니다.
- 물기가 너무 많아도 미생물이 질척거려서 죽고, 너무 건조해도 말라 죽습니다. 미생물이 죽으면 냄새가 지독해지고 새 흙(미생물 제제)을 3~5만 원 주고 다시 사서 처음부터 배양해야 합니다.
건조 분쇄 방식의 단점은 무엇인가요?
전기세 폭탄과 처리 후 남은 가루를 다시 버려야 한다는 점입니다. 미생물은 버리고 나면 끝이지만, 건조 분쇄기는 4~8시간 동안 고온 열풍으로 음식물을 말리고 맷돌처럼 갈아냅니다. 헤어드라이어를 6시간 동안 틀어놓는 것과 비슷해서 전기 요금이 상당히 많이 나와요. 여름철 에어컨과 같이 돌리면 누진세 구간을 넘겨버릴 위험이 큽니다.
가장 짜증 나는 건, 다 돌아가고 남은 마른 가루(결과물)를 결국 종량제 봉투나 음식물 쓰레기통에 직접 버려야 한다는 겁니다. 부피는 90% 이상 팍 줄어들지만, 결국 쓰레기장으로 걸어 나가는 행위 자체를 없애주진 못합니다.
싱크대에 믹서기처럼 설치하는 ‘디스포저’는 어떤가요?
불법 개조 제품이 판을 치고 잦은 하수구 막힘으로 절대 추천하지 않습니다. 음식물을 싱크대 구멍에 넣고 윙 갈아서 하수구로 흘려보내는 방식(디스포저)이 가장 편해 보이지만, 환경부 인증을 받은 합법 제품은 갈아낸 음식물의 20%만 하수구로 내보내고 나머지 80%는 2차 거름망으로 회수해서 직접 버려야 합니다.
그런데 업체들이 2차 거름망을 떼어버리고 100% 하수구로 흘려보내게 불법 개조를 해주는 경우가 많아요. 이러면 편하긴 한데, 아파트 배관에 기름때와 찌꺼기가 쌓여서 역류하고 아랫집 하수구가 꽉 막혀 수백만 원짜리 배상 청구를 당하는 대참사가 일어납니다. 절대로 하지 마세요.
그럼 대체 어떤 걸 사라는 건가요?
라이프 스타일에 따라 정답이 다릅니다. 두 방식 모두 완벽하지 않지만, 음식물 쓰레기봉투에서 뚝뚝 떨어지는 국물을 견디는 것보단 백배 천배 낫습니다. 본인의 생활 패턴을 보고 고르세요.
- 미생물 방식 추천: 생과일, 채소 쓰레기가 주로 나오고 맵고 짠 음식을 잘 안 드시는 분. 처리 후 남은 흙을 일반 쓰레기로 버리거나 화분에 거름으로 줄 분들.
- 건조 분쇄 방식 추천: 찌개, 배달 음식(치킨, 마라탕 등)을 자주 먹고 음식물을 씻어서 넣는 게 죽기보다 귀찮으신 분. 그냥 다 때려 넣고 버튼 하나로 가루로 만들어 버리고 싶은 분들.
저는 성격이 급하고 미생물 눈치 보는 게 너무 스트레스여서, 전기세를 조금 더 내더라도 다 갈아버리는 건조 분쇄 방식에 정착했습니다. 여러분도 찐 단점들을 꼼꼼히 비교해 보시고 현명한 소비 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