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체크리스트: 입주 전 하자 점검, 어디까지 사진으로 남겨야 할까?

짐이 아직 들어오지 않은 빈 방에 골판지 이삿짐 상자들이 흩어져 쌓여 있는 모습

이사 나갈 때 보증금에서 깎이는 항목을 보면 벽지 얼룩, 바닥 찍힘, 실리콘 곰팡이처럼 애매한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문제는 그중 상당수가 내가 살기 전부터 있던 하자인데, 2년 전에 찍어둔 사진이 없어서 그렇다고 말할 수가 없다는 점입니다.

입주 당일 30분이면 끝나는 일입니다. 순서는 하나뿐입니다. 짐이 들어오기 전에 찍어야 합니다. 상자가 벽을 가리고 가구가 바닥을 덮으면 그때부터는 못 찍습니다.

왜 하필 입주 ‘당일’인가

임차인이 원상복구할 의무는 본인 과실로 생긴 손상까지입니다. 살면서 자연스럽게 생기는 통상적인 손모, 그러니까 벽지 색이 바래거나 장판이 눌리는 정도는 원칙적으로 임대인이 부담합니다.

문제는 법이 아니라 입증입니다. 퇴거 정산 자리에서 “이건 원래 있었어요”와 “아닌데요”가 부딪히면, 사진을 가진 쪽이 이깁니다. 입주 당일 사진은 그 다툼을 아예 만들지 않기 위한 준비물입니다.

찍을 때 규칙은 세 가지입니다.

  • 촬영 날짜가 파일에 남게 그냥 휴대폰 카메라로 찍습니다. 날짜 스탬프 앱은 필요 없고, 원본을 지우지 않는 게 더 중요합니다.
  • 하자마다 전체 사진 한 장, 근접 사진 한 장을 짝으로 찍습니다. 근접 사진만 있으면 집 안 어디인지 나중에 아무도 모릅니다.
  • 크기를 가늠할 게 함께 나오게 합니다. 동전이나 손을 옆에 대면 충분합니다.

짐 들이기 전 30분, 방별로 찍을 것

공간확인할 지점
현관도어락 작동과 건전지, 문틀 찍힘, 신발장 문 처짐
거실·방벽지 들뜸과 곰팡이, 몰딩 틈, 바닥 찍힘·눌림·들뜸, 붙박이장 내부
창호창틀 곰팡이와 결로 자국, 방충망 구멍, 창문 잠금 작동, 유리 실금
주방싱크대 하부 누수 흔적, 상판 찍힘, 후드 작동, 인덕션·가스레인지 점화, 배수 속도
욕실실리콘 곰팡이, 타일 깨짐과 들뜸, 변기 물내림, 온수 나오기까지 걸리는 시간, 수압
베란다·다용도실결로와 누수 자국, 세탁기 수전 누수, 배수구 냄새와 역류

물을 쓰는 항목은 사진보다 영상이 낫습니다. 온수가 나오기까지 40초가 걸린다거나 배수가 눈에 띄게 느리다는 건 정지 사진으로 증명이 안 됩니다. 수도를 틀어놓고 10초만 찍으면 됩니다.

찍은 뒤에는 하자 목록을 정리해 임대인이나 중개사에게 문자나 메신저로 보냅니다. 전화로만 말하면 기록이 안 남습니다. 수리해 주기로 한 약속도 같은 방식으로 받아둡니다.

계량기 세 개, 가장 많이 놓치고 가장 크게 물린다

전기·가스·수도 계량기 숫자를 입주 당일에 찍어두지 않으면 이전 세입자가 쓴 요금을 떠안을 수 있습니다. 사진 세 장이면 끝나는 일인데, 나중에 다투면 되돌리기가 대단히 번거롭습니다.

  • 세 개 계량기 숫자를 각각 근접 촬영합니다. 아파트는 세대 계량기함, 빌라·원룸은 복도나 외벽에 있습니다.
  • 도시가스는 이사 전날까지 전출 세대의 전출 신청과 본인의 전입 신청을 따로 해야 합니다. 당일에는 예약이 잘 안 잡힙니다.
  • 관리비가 있는 건물이면 관리사무소에 중간 정산을 요청해 이전 거주자 몫과 끊어놓습니다.

이사 당일, 시간순으로

전날까지

도시가스 전입·전출 신청, 인터넷과 정수기 이전 설치 예약, 관리비 중간 정산 요청, 아이 전학 서류 확인.

당일 오전 — 나가는 집

짐을 빼고 나면 빈 상태를 한 바퀴 촬영합니다. 청소 상태와 남긴 물건 여부가 여기서 정리됩니다. 계량기 숫자도 이때 찍습니다.

당일 오후 — 들어가는 집

짐이 도착하기 전에 위의 방별 점검을 끝냅니다. 트럭이 먼저 도착했다면 기사에게 10분만 양해를 구하는 편이 낫습니다. 이 10분이 나중에 몇십만 원입니다.

짐을 내린 직후

가구와 가전의 파손 여부를 그 자리에서 확인합니다. 공정거래위원회 이사화물 표준약관은 화물을 인수한 날부터 30일 이내에 사업자에게 알리면 배상 책임이 발생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나중에 발견해서 통지하면 “이사 때 생긴 것”임을 다투게 되므로, 현장에서 사진을 찍고 기사에게 확인시키는 편이 훨씬 간단합니다.

당일 마무리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미루지 않습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상 대항력은 전입신고를 한 다음 날 0시에 생깁니다. 하루 미루면 그 하루만큼 보호가 늦어집니다. 정부24에서 온라인으로 당일 처리할 수 있습니다.

나갈 때 돌려받을 돈 — 장기수선충당금

아파트 관리비에는 장기수선충당금이 포함돼 있는데, 이건 원래 소유자가 낼 돈입니다.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제31조 제8항은 사용자가 대신 낸 경우 소유자가 그 금액을 반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 관리사무소에 요청하면 납부 확인서를 발급해 줍니다. 관리주체는 지체 없이 발급할 의무가 있습니다.
  • 거주 기간이 길면 수십만 원이 되기도 합니다. 퇴거 정산 때 확인서를 들고 청구하면 됩니다.
  • 계약 종료일부터 10년 안에 청구할 수 있으니, 이미 이사한 뒤에 생각났어도 늦지 않았습니다.

자료 확인일: 2026년 8월 29일. 장기수선충당금 반환은 찾기쉬운 생활법령정보(https://easylaw.go.kr/CSP/CnpClsMain.laf?popMenu=ov&csmSeq=629&ccfNo=5&cciNo=3&cnpClsNo=3), 이사화물 파손 통지 기한은 공정거래위원회 이사화물 표준약관을 기준으로 정리했습니다. 개별 분쟁의 결론은 계약 내용과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지므로, 다툼이 생기면 관할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나 한국소비자원에 상담하세요.